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중황입니다. 이번 레터는 어떠셨나요.
'Record Snowfall Hurls Seoul Into Winter'
(서울, 유래없는 폭설로 겨울에 접어들다.)
오늘 뉴욕타임스의 기사 헤드라인입니다. 어제 중부지방에 유례 없는 폭설이 내렸습니다. 올해의 첫번째 눈이었죠. 16.5cm의 눈이 수요일 아침까지 쌓였으며, 기상청은 12.4cm 였던 이전 기록을 넘어섰다고 발표했습니다. 11 월임에도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린 것은 기후의 변화 때문입니다. 주변 해수 온도는 평년보다 2도 정도 높은데, 이는 해수를 증발시켜 더 많은 수증기를 만듭니다. 수증기는 이맘때 북쪽에서 내려온 영하 40도 이하의 찬 공기와 만나 눈이 되지요.
올해의 벚꽃 또한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빨리 폈다고 합니다. 점차 바뀌는 기후를 실감하게 됩니다. 취업 활동을 마치고 세상에 나간 미래세대가 마주하게 될 미래는 어떨까요. 다양한 위기 속 우리가 살아갈 환경은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을까요.
얼마 전 국경없는의사회의 한국 사무총장, 엠마 캠벨 박사를 초청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누군가 이 세상이 나아지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녀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죠. 우리가 지구 반대편의 불행을 외면할수록, 불행은 재생산될 것이라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삶의 소중함과 행복을 잊지 말아야 한다 했죠.
그런 의미에서 정호승 시인의 시 <첫눈 오는 날 만나자> 를 함께 보내드려요.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 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눈은 내일까지 내린다고 합니다. 불편하지 않은 낭만이 될 수 있기를 빕니다. 그리고 하루 속에 눈을 즐길 수 있는 공백 하나가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럼, 다음 뉴스레터로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