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러닝으로 돌아가볼까요?
30도를 넘는 더위에도 달리는 이를 보면 이런 생각이 절로 듭니다. "저 사람들은 왜 달리는 걸까?"
아식스 런 스테이션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코치이자, 러닝을 가르치는 교육 기관인 <러닝 아일랜드>의 대표인 마츠다 준페이씨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답하기 조금 어려운 질문이라고 했습니다. 각자 다양한 이유가 있고, 무엇보다 민감한 사생활이기 때문입니다. 맞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마다 다른 이유를 가지고 있으니 일반화 할 수는 없지요.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가장 많았던 이유를 말해줬습니다.
"러닝을 하게 된 계기로 일에서의 스트레스를 드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 달리기를 선택한 것이죠. 러닝을 통해 이들이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 행복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최근 직장 내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과로는 일본에서도 큰 이슈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국의 보건복지부와 노동부의 역할을 함께 하는 기관인 후생노동성이 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업무 관련 스트레스와 정신 건강 문제를 겪는 근로자 수는 20년 전과 비교해 약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번아웃 문제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미국의 채용 컨설팅 기업 로버트 월터스가 2023년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번아웃 증상을 경험했으며, 이 중 60%가 개인 생활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습니다.
과로사 및 자살자 수도 함께 증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일본의 산업재해 신청 건수는 전년도보다 25% 이상 증가했습니다.
재해로 인정된 과로사 및 자살 사례도 늘었죠.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모든 통계에서 40대 이하 직원들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것입니다.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제가 일본의 노동 문제를 처음 접한 것은 2015년이었습니다. 그 해 크리스마스, 일본 최고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광고 회사 덴츠의 신입사원 다카하시 마츠리 씨가 사택에서 투신 자살했습니다.
도쿄대를 졸업한 후, 모두가 선망하는 기업인 덴츠에 입사한 그녀의 죽음은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녀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상황에 대해 토로했습니다.
"휴일을 반납해서 만든 자료가 신랄하게 비판을 받았다. 이제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하다. 자고 싶다는 생각 말고는 감정이 다 사라졌다 "
그녀의 시간 외 노동은 월 105시간이었습니다. 부서 인원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지만, 신입사원이라는 이유로 잡무도 했죠. 상사에게 업무를 줄여 줄 것을 요청했지만 도리어 폭언을 들어야 했습니다.
이후 일본 정부는 다양한 과로사 방지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올해도 과로사 방지 대책 기본 계획이 새롭게 나왔습니다. 잔업을 규제하고, 정신 건강을 개선하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수치상으로 큰 개선은 이뤄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마츠다 준페이 씨와 이런 이야기를 하며 한국도 스트레스는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이야기를 하던 중 그가 함께 러닝을 해보지 않겠느냐 물었습니다. 늦은 저녁이었지만 도쿄의 기온은 32도. 아무리 봐도 무리였지만, 언제 또 해보겠나 싶었죠.
그는 마라톤을 2시간 30분 이내에 완주하는 능력자였지만, 저를 배려해준 덕분에 함께 페이스를 맞춰 뛸 수 있었습니다. 함께 발을 맞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뛸 때는 잡념이 사라집니다. 복잡한 생각보다는 좋다, 시원하다 등 기본적인 감정에 충실해지죠. 빌딩 숲을 지나칠 때마다 묘한 해방감이 들었습니다.
3km 쯤 뛰었을까, 양옆에 함께 뛰고 있는 이들을 보았습니다. 20대부터 60대까지, 속도는 다들 다르지만, 자신만의 스피드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문득 느꼈습니다. 아, 그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있는 거구나.
오래 기억에 남을 달리기였습니다. |